일상 & 상상

미국에서 2년 연속 국뽕 차오름!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고...)

지구별 원시인 2021. 4. 27.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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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에서 정의한 국뽕의 뜻입니다.

국뽕 국가 히로뽕(philopon)의 합성어다. 흔히 유튜브나 타 인터넷 사이트에서 한국에서 다른 나라에 돋보인 일을 했을때 국뽕 한 그릇을 달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한국 고유의 토착 밈으로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국뽕 신드롬이 일면서 국뽕에 반발로 ‘국까’라는 말도 등장했다.

 

미국의 "로컬" 영화제인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어제 있었습니다ㅎ

 

미국이 전세계 상업 영화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니 로컬인 아카데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 영향력이 큰 영화제가 아닐까요?ㅎ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2월에 있었죠.

 

출장차 중동부에 방문했을 때 호텔에서 시청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상식 전부터 기생충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긴 했었지만 솔직한 마음은 '하나라도 받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도 아닌 조금은 부정적으로 시청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하나, 둘, 셋, 넷...ㅎ

 

마지막에는 말도 안되는 결과에 호텔방에서 혼자 감격에 겨운 탄성과 괴성을 지르게 되었어요ㅎㅎ

 

상을 타더라도 우리나라 특유의 뻣뻣하고 무미건조한 수상소감이면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맥이 빠졌을텐데 이건 뭐...

 

위트있고, 센스있고, 겸손하면서, 외모와 다르게 러블리한 그의 수상소감에 매료되버렸습니다ㅎㅎ

 

다들 보셨겠지만, 그 중 백미는 감독상 수상소감이 아닐런지요...

 

제가 느낀 당시 국뽕의 최대치를 다시 한번 추억해봅니다.

 

제 92회 아카데미 감독상 봉준호감독 수상 소감 (출처: TV조선 유튜브)

어떻게 보면 남의 잔치에 손님으로 와서 맛있는 백숙이 나왔는데 닭다리만 쏙쏙 빼먹는 모습이면 얼마나 얄밉겠습니까?

 

잔치에 초대됐으니 주인장네 체면도 차려주는 미덕이라니...ㅎㅎㅎ

 

특히나 영웅 만들기를 좋아하는 미국의 정서를 아주 잘 이해한 전략적 소감이라면 봉준호 감독은 정말 천재일 겁니다.

 

하지만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진심으로 예의을 표하면서 청중들로 하여금 기립박수를 받게하고 또 나머지 경쟁 감독들에게도 고마움과 존경을 돌리는 그의 모습에서 큰 대인배,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택사스 전기톱으로 5등분을 하면 좋겠다", "내일 아침까지 마시겠다"는 농담까지 덧붙인 그의 소감은 정말 언제봐도 흐믓해집니다.

 

...

 

그렇게 1년이 코로나와 함께 지나버렸고, 2달이나 늦게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이번에는 "미나리"의 6개부문 노미네이트라니요?

 

1년만에 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리나라 배우들을 볼 수 있다는게 정말 믿기지 않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어요ㅎ

 

코로나때문에 여느때와 달리 레드카펫의 환호하는 관중도 없고 또 방역을 위해 장소도 조촐하게 옮겨 거행된 행사였지만, 분명 역사적인 현장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배우로서는 최초로, 또 아시아 배우로서는 64년만에 두번째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으니까요ㅎ

 

이미 수많은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면서 그녀의 솔직하고 당당한 영어 인터뷰가 화제가 되었었는데요, 이번에는 어떤 매력넘치는 수상소감을 하실까, 차오르는 국뽕을 다스리며 지켜봤습니다ㅎㅎ

 

제 93회 여우조연상 윤여정 수상소감 (출처: 한국일보 유튜브)

영화의 제작자인 브래드피트가 시상을 하자 영화 만들 때 어디 있었느냐는 너스레를 시작으로 그녀의 솔직한 매력이 뿜어져 나옵니다ㅎ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메세지를 전하면서 또한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느냐, 우리 모두는 각자의 영화에서 이미 최고였고, 오늘은 내가 조금 더 운이 좋았던거 같다"라는 소감을 전하는데요...

 

아카데미 안주인들을 살뜰히 챙기며 또 면을 세워주는 그녀의 내공과 노련함에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들들이 열심히 일하라고 닥달한 결과가 이 상이라는 농담까지ㅎㅎ

 

유창한 영어는 아니겠지만 절대 누죽들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감정과 느낌, 소감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그녀의 모습에 대배우로서의 면모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분명 미국인들도 그렇지 않았을까요?ㅎㅎ

 

...

 

외국에 나오게되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고 하잖아요ㅎ

 

이곳에서 지난해, 올 해 두 번의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니까 더더욱 국뽕이 커진건지도 모르겠습니다ㅎ

 

코로나로 전 국민이 힘든 상황에서 큰 힘과 위안이 되는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나친 국뽕은 해가되지만 이 정도의 국뽕은 피가되고 살이되는 보약임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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